2008년 10월 5일 일요일

기도하는 마음

기도에는 여러 가지 기도가 있습니다.

업장을 녹이기 위해서는 참회 기도를 해야 합니다. 가슴 속에 쌓여있는 갖가지 업장, 갖가지 상처들을 녹이는 데는 깊이 뉘우쳐 참회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행법입니다. 또 마음을 고요히 하기 위해서는 관법이야말로 좋은 수행법입니다. 늘 마음이 일어나는 상태에 깨어 있음으로 해서, 경계에 끄달려서 짜증내고 미워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늘 적정을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중생을 구제하는 데는 큰 원력이 있어야 합니다. 원이 크고 굳건하면 거기에는 반드시 큰 힘이 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원력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대량 아사의 위기에 처한 북한동포를 살리기 위해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하는 기도는 원력 기도입니다. 대승 불교는 바로 원력 보살들의 교단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갖가지 문제 속에 빠져서 괴로워하는 것도 아니고, 그 문제를 회피하는 것도 아니고, 그 문제를 직시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큰 원을 세워서 일체 중생을 구제하는 원력 보살의 불교가 바로 대승 불교입니다. 그래서 관세음보살님은 이 사바세계 모든 중생의 괴로움을 다 보고, 다 들어주겠다고 원력을 세웠고, 지장보살님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다 구제하겠다고 원을 세워서 원력 보살이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지난 55년 동안 분단 때문에 갖가지 고통을 겪고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민족의 고통을 치유하고 다시는 이런 문제로 인하여 고통 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되도록, 그런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이루도록 우리가 원력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원을 세운 사람이라면 평생에 자기를 위해서 백만 배 절을 해야 합니다. 철이 든 다음 발원을 하고 한 30년 산다고 생각하면 만 일 정도가 되는데, 날마다 자신을 깊이 뉘우치는 108배 절을 적어도 만 일은 해야 합니다. 하루에 108 배씩 만 일을 하면 100만 배가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자기 정진으로 백만 배를 평생에 해야 합니다. 그런 원을 세워야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민족 통일을 위해서 어떤 원을 세워야 하겠습니까? 제가 생각할 때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굶주려 죽어가는 북한 동포를 살려 내어야 합니다. 그런데 다 그렇게 기도를 안 하니까 누가 대신 해야 합니다. 누가 대신 할 겁니까? 우리가 대신하자는 겁니다. 2000만 동포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2000만 배의 절을 해야 합니다. 7000만 배를 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개인의 운명을 바꾸려면 100만 배 절을 하고, 나라의 운명을 바꾸려면 이렇게 7000만 배는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죽음이라는 가슴 아픈 현실을 두고 그들이 운명을 바꾸어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간절한 기도를 해야 합니다.

지금 북한 동포들이 대량아사의 위험에 놓여있습니다. 12년 전에도 이미 3백만이나 되는 그들의 가족이 굶주려 죽었는데 또 그런 참상을 겪어야 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는 두 번 다시 그런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됩니다. 내 몸을 버려서라도 그들을 구제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원력으로 정부를 움직이고 이런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의 마음까지 울리도록 기도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원과 욕심의 차이가 뭘까요? 욕심은 턱도 없이 생각만 부풀려서 괴로워하는 것이고, 원은 먼 산을 쳐다보듯이, 먼 길을 갈 때 한 발 한 발 가듯이 넘어지고 엎어져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것입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오르는 것 자체가 기쁨이듯이, 원력 보살은 목표 달성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라 한 배 한 배 절을 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데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그래서 화엄경에서 ‘보살에게 있어서 정토란 이미 완성된 세계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서 보살이 활동하는 국토다.’ 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 마음을 내서 기도를 하는 이 순간 이미 통일은 이루어진 겁니다. 통일이 이루어 질 것이다가 아니라 이미 이루어졌다 입니다. 우리가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는 그 순간 이미 우리들 기도의 소원은 성취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해달라고 기도를 할 것이 아니라 후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감사의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 옛날 우리 선조들이 해인사나 통도사 같은 절을 지을 때 참선도 해야 하고 염불도 해야 하는 스님들이 다 나가서 일을 했습니다. 하루에 한두 시간 일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부터 밤늦도록 불사를 해야 했지요. 그럴 때 대중을 대신해서 한 사람이 법당에 가서 기도를 했습니다. 그 사람은 아무 일도 안하고 하루 종일 법당에 가서 기도를 했습니다. 대중을 대신해서요. 그러면 대중들은 아침 예불만 끝나면 하루 종일 산에 가서 나무를 베고 다듬고, 돌을 다듬으며 절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법당에서 늘 목탁 소리가 울렸기 때문에 대중은 대패질하면서도 목도를 하면서도 늘 염불하는 기분으로 했지요. 그러므로 수행을 그만 두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그대로 수행이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북한의 대량아사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므로 어떤 기적을 일으키는 원력의 기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 국민이 다 일어나 북한동포를 살리겠다고 원을 세우고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다른 일들을 또한 해야 합니다. 경제도 해야 하고, 정치도 해야 하고, 여러 일을 해야 해서 바쁩니다. 그러니 우리 정토회가 그들을 대신해서 법당에 기도를 드려야지요.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기도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일을 하든지 늘 기도하는 마음인 것입니다. 잠 잘 때는 잠을 잘 자는 것이 기도인 것입니다. 일할 때는 일을 잘하는 것이 기도이고, 길을 갈 때는 길을 잘 가는 것이 기도입니다.

7000만 겨레가 다 제각기 자기가 맡은 소임을 잘 해 나가도록, 잠 잘 때는 누구나 다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누구나 다 배고프지 않고 음식을 잘 먹을 수 있도록, 병든 사람은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아이들은 제 때에 배울 수 있도록, 모든 가정이 다 화목할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나라의 운명을 의논할 수 있도록, 남․북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북한동포를 살릴 수 있도록,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각자 자신의 일을 기쁨으로 행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는 것입니다. 불국사를 지을 때 불사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며 기쁨으로 불사에 동참했듯이, 이 나라 백성들 다 기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굶주리는 북한동포를 도울 수 있는 마음을 내도록 우리가 기도를 하자는 것입니다.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에게 민족의 관세음보살이 되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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